대한법률구조공단이 영리기관•이익집단인가? 총파업이라니?

- 동역자와 동업자의 차이 -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양정자 원장


북핵문제와 한반도 전쟁위기설로 많은 국가들이 참가는 물론 개최 여부에도 큰 우려를 자아냈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평창발 ‘평화 무드’가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내부 정치사정도 대결보다는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입니다. 먼저 대결상태, 전쟁상태의 종식 후 평화 회복을 단계적으로 실현하여 평화통일을 이루어 우리 후손들에게 반쪽 국가가 아닌 통일 국가를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하겠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총파업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서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자에게 법률구조(法律救助)를 함으로써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나아가 법률복지를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구조법에 근거하여 창설된 법률구조법인으로 공익기관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한 공익 목적으로 설립된 법률구조단체의 임‧직원이 정해진 봉급 외에 성과급이라 하여 돈을 나누어 가지고, 이를 차등적으로 지불하였다 하여 찾아오는 소외계층을 상대로 총파업을 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바 없습니다.


현재 법률구조법에 의하여 법률구조법인으로 법무부에 등록된 민간단체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이 우리나라의 법률구조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그 중 국가가 출연금을 부담하고, 직‧간접으로 엄청난(연 1천 5백억 원 이상) 지원을 해주는 법인은 대한법률구조공단 뿐입니다.


필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법률구조기관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창설자인 고 이태영 박사와 함께 보다 발전적이고 효과적인 법률구조활동을 하기 위하여 현재의 법률구조법 제정 운동을 하였고, 국내에 27개, 미국에 12개 지부를 개설하였으며, 정년퇴직 이후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과 국내 6개 지부를 개설하는 등 총 46개의 법조공익시설, 즉 법률구조서비스기관을 확충하고 그 현장에서 52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법학계에서는 최초로「법률구조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법률구조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상담원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법률구조 국제 컨퍼런스인 “법률구조의 발전방향”을 개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필리핀, 베트남의 교수 및 변호사들을 초청하여 세계적인 법률구조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의 계기를 마련하였고, 외국의 입법례를 통해 각국의 여러 가지 환경에 따른 법률구조 특징을 알아보고 비교하는 등 이를 참조하여 우리나라 법률구조제도의 개선 및 발전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동업자는 이윤을 목적으로 모여 장사한 후 수익을 나눠가지는 사람들


제가 법률구조사업에 동참하게 된 것은 대학 은사이신 고 이태영 박사께서 졸업과 동시에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동역자’로 일하자고 요청하셨기 때문입니다. 이화여대 법대 교과과정 중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법률임상실습 교육을 받으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 특히 여성들을 보고 졸업 후 그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즉시 “예”라고 대답하면서, ‘상담간사(카운슬러)’로 일하라 하시지 왜 ‘동역자’라는 말씀을 하시나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초기에 가진 이러한 의문은 상담소에서 몇 년간 근무한 후, 특히 국내․외 지부를 창설하고 직접 파견되어 근무하고, 또 후배와 제자들을 교육하여 파견하면서 풀렸습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모여 함께 사업하고, 그 수익을 나눠가지는 사람은 “동업자”라 하지만, ‘평등과 정의의 사회실현’을 목적으로 자기의 가진 바를 ‘번민하는 이웃’, ‘약자인 이웃’에게 나눠주는데 ‘뜻’을 함께 하고 일하는 사람은 “동역자”라고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동업자는 남은 이윤을 동일하게 나누지 않거나, 자신보다 상대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이를 따집니다. 동업이 깨질 때에는 다음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정보를 파기해버리거나 가지고 나가버립니다. 사장은 부하직원이 일을 잘하지 못하면 봉급을 삭감하거나 해고하고, 직원은 수익이 많이 발생하였음에도 사장이 일만 시킬 뿐 이를 나눠주지 않을 때에는 항의하고 투쟁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동업자의 세계에서는 이윤을 더 많이 내는 사장이나 이사, 직원이 바로 능력 있는 사람이고, 돈을 더 많이 가져가는 사람이 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습니다.


동역자는 봉사를 목적으로 모여 자기가 가진 시간과 돈과 지식을 ‘고통받는 이웃’에게 나눠주는 사람들


그러나 약자를 돕자는 ‘뜻’을 향해 법률구조기관이나 사회복지기관과 같은 봉사기관에서 동역자로 함께 일하는 임․직원은 누구든지 시간과 돈과 자기가 가진 지식을 더 많이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주었는가에 따라 존경받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사장, 소장 등 대표의 직분을 맡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모든 면에서 더 많은 것을 내놓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때문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이사장이나 소장에게 월급을 적게 준다, 내가 당신을 위하여 일하는데 이런 대접을 할 수 있느냐며 삯군처럼 항의할 수 없습니다.

동역자로 일하는 사람들은 ‘뜻’의 실현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서로 의견의 차이를 보일 수는 있으나 그로 인해 동역자를 비방하거나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낸 의견과 다르니 그 일에 협조 않겠다고 나가며 모든 자료를 가져가고 파기해버리는 것은 경제윤리를 기반으로 하는 동업자들의 행동입니다.

법률구조기관, 봉사기관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은 그 기관에 있을 때는 물론 떠날 때에도 다음 사람이 이어서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자료를 남겨주고, 떠난 후 어느 곳에 있더라도 자신이 봉사했던 기관이 계속하여 그 지역의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자신이 아는 정보를 알려주고 필요할 때는 달려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현재 봉사하는 사람들도 선임자들의 봉사와 경험을 존중하고 ‘뜻’을 실행하는데 의견 차이가 있었다 하여 그들을 비난하거나 백안시하는 것은 공익윤리에 기반을 둔 동역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영리기업 사장이 아니다. 공단 노조파업의 피해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


공단 노조 측은 “소송은 일반직·서무직, 변호사직이 협력해 이룬 결과임에도 변호사직은 다른 직렬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과도한 성과급을 받고 있어 분배의 형평에 반한다”며 “2016년 변호사 1인당 평균 성과급은 2,262만원인데 일반직은 388만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하면서 “사업수익과 관계없이 인센티브를 인상해 485만원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일반직원들은 변호사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지부장 등의 보직에 참여조차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십수년간 공단에 재직하며 법률지식과 행정경험을 풍부히 쌓아도,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지부장 보직 등이 주어지지 않아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받아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2016년 공단이 성과급으로 지불한 총액이 합계 43억 9,600만원입니다(변호사 100명, 일반직 550명). 이 금액이면 법의 사각지대 43곳에 법률구조서비스기관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법률구조공단의 이사장은 영리기업 사장이 아닙니다. 공단 노조파업으로 인한 피해자는 다름 아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입니다. 공단 임․직원 모두가 공단을 자신들이 투자해서 설립한 영리단체로, 수입을 나누어 가지는 이익단체라고 생각하지 않고는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여 창설되고 해마다 엄청난 액수의 지원을 받으면서 법을 몰라 도움을 받고자 찾아오는 분들을 외면하는 현 사태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공단에 너무 많은 금액을 지원하고 지위를 부여해주어 창설 목적을 상실하고 속칭 돈 잔치, 지위 다툼을 벌인 것 같습니다.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법률구조제도를 채택한 국가에서 JUDY-CARE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가 이해됩니다.


공단의 경영공시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공단은 정부의 직․간접지원, 기타 기관의 지원금 등 총 1천5백억 원 이상을 지원받았고, 이사장은 연봉 및 고정 직급수당을 합하여 1억 4천만원 이상을, 사무총장은 1억 3천만원 이상을, 상근 이사 및 감사는 1억 2천만원 이상을 지급받고, 비상근 이사의 경우도 회의 참석시 참석비를 지급받고 있다 합니다. 변호사들은 검사의 봉급표 기준에 따라, 일반직원들은 공안직공무원 봉급표 기준에 따라 봉급을 받고 있습니다.


캐나다 퀘벡 주 의사•레지던트•의대생들, 그들의 급여 인상을 취소하고, 그 인상분을 퀘벡 의료제도 전반에 재분배할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에 서명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지의 3월 7일 기사에 캐나다 퀘벡 주의 의사, 레지던트, 의대생 700여 명은 자신들의 급여 인상 취소를 요구하는 온라인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 인상분을 공공부문 의료에 투자하라!” 이들은 “강력한 공공시스템을 믿는 우리 퀘벡 의사들은 의료연맹이 협상한 최근 급여 인상에 반대한다”며 “간호사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은 근무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환자들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예산 삭감으로 인해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들의 급여 인상을 취소하고, 그 인상분을 퀘벡의 의료제도 전반에 다시 분배할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법무부에 법률구조법인으로 등록된 단체 중에서 공단을 제외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의 본부 및 지부의 소장과 원장들은 직원으로 근무하다 소장이 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본소 소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간과 금전, 지식을 기부하고, 소수가 교통비 정도를 지급받으며 봉사하고 있습니다. 상담위원들도 사회복지사 정도의 봉급을 받고 있으며, 이사장과 이사들은 회비를 내어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법률구조공단의 이사장이 되려하는 사람, 공단의 창설 목적에 찬성하여 임‧직원이 된 사람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법률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와 싸워 “사회로 회복”시키겠다는 소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법률서비스는 하나의 문제가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사람들이 점점 낙담에 빠지며 사회와 그들을 도와줄 사회 제도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는 일련의 과정을 중단시킵니다. 법률구조는 우리가 정의라고 믿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제도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망으로부터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방법들을 끊임없이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는 이제 법률구조에 소송구조 외로 상담, 조언, 조정, 정보전달, 교육, 법률개정 등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 억울한 자, 법을 모르는 자에게 부닥친 문제가 ‘소송협조’라는 단일방법으로 구제되기는 너무나 무력합니다. 법 절차 이전에 도와야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본격적인 법률구조운동이 전개되기 위해 새로운 시대에는 다방면에 걸친 전문적인 카운슬러 양성이 시급합니다. 상담이 화해와 조정, 예방에 목적을 둘 때 카운슬러의 자격은 반드시 변호사에 한정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수행하기 위한 법률복지사, 가정법률복지사 신설이 필요합니다.


현재 공단에서 하는 법률구조는 같은 법률구조법인인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이나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비해 엄청난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후견이나 사전 분쟁 예방보다 법률대행, 특히 소송구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같은 액수로 더 많은 국민에게 더 넓은 영역에 최대한 효과적인 법률구조서비스를 하기 위하여 법률구조공단의 역할에 대한 재고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도 소송구조는 영국이나 네덜란드처럼 구직이 어려운 청년 변호사들을 위해 JUDY-CARE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단은 미국의 법률서비스공단(LSC), 네덜란드의 법률구조위원회처럼 직접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각 지역과 지방의 단체들과 연합하여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에 지역 및 문제의 특성에 따라 법률구조서비스가 전달될 수 있도록 근린법률상담소 등을 설치하고 기존의 법률구조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관들을 보호, 육성해주어야 합니다.

공단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분배해주고, 그들이 법률구조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기술을 알려주고, 새롭고 다양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훈련이나 전문 변호사들을 개발, 확보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그 활동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줄이고, 자율적으로 폭넓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법률구조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공단 임직원간에 돈잔치, 지위 다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