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집안 제사를 성실히 지내기로 한 서약을 지키지 못한 종손에게 법원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다시 아버지께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집안의 장손인 큰아버지가 아들 없이 사망하자 1966년 16살의 나이로 큰어머니에게 입양돼 장손의 지위를 이어받게 된다.

산과 전답 등 할아버지 소유의 8000여평 부동산은 1980~90년대에 걸쳐 A씨의 친부가 상속했으며, 친부는 다시 이를 A씨에게 증여했다.

A씨는 집안의 제사 문제로 친부와 자주 갈등을 빚었고, 이에 다른 형제들의 중재로 친아버지에게 '종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1999년 써주기에 이른다.

서약서에는 묘지의 관리나 할머니 제사를 성실히 지내며, 만약 이같은 의무를 해태할 경우 종원의 과반수 이상 출석, 출석 종원 과반수 찬성 결의에 따르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종손 자격과 물려받은 재산을 반환하겠다는 약속도 들어갔다.

그러나 이같은 약정 후에도 A씨는 할머니 제사나 시제, 선산 벌초 등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았고, 이에 친부는 다른 아들 등 종원이 모인 자리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A씨의 재산을 환수하기로 결의한다.

A씨는 이같은 결의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에 친부는 A씨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법원은 친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20부(재판장 민일영 부장판사)는 2일 "A씨는 친부에게 물려받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 주고, 이미 팔린 부분에 대해서는 금전으로 보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앞으로도 A씨가 종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거나 묘지의 수호관리 및 제사에 소홀함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A씨가 친부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서약서 내용 가운데 '종손 자격을 반환한다'는 의미는 포기할 수 없는 신분적 지위로서의 종손 자격을 타인에게 이전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단지 종손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서약서가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를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무효라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