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미만 아동·청소년과 가학적 성관계 맺었다면 합의하에 했어도 '성적 학대행위' 해당

(서울고법: 2017-09-20 )

 

어른이 18세 미만인 아동·청소년과 가학적 성관계를 가진 경우 성관계에 합의가 있었더라도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강모(44)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가학성·피학성 변태 성욕(SM, Sadism and Masochism)' 관련 글을 보고 연락해 온 중학교 2학년 A(당시 13)양과 만나 성관계를 맺었다. 두 사람은 SM 행위의 일종인 주종관계를 맺고 성행위를 했는데 강씨는 이 장면을 촬영하고 사진 일부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강씨는 또 온라인 메신저로 A양에게 음란 메시지도 보냈다.

 

검찰은 강씨에게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제작·배포 혐의와 함께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혐의와 아동학대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아동복지법 제172호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2심은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SM 행위는 모두 강씨가 A양으로 하여금 자신을 상대로 성적 행위를 하게 했거나 A양 스스로 성적 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것"이라며 "그 같은 사실만으로는 강씨가 아동인 A양에게 음란한 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검찰이 음행 강요 부분에 대해서만 기소한 것으로 판단하고 같은 조항상의 성적 학대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씨의 행위가 성적 학대에 해당하는지 원심이 판단했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검사가 강씨를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는 행위로만 기소한 것이고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로 기소하지 않았다고 단정한 나머지, 공소사실이 어떤 취지인지를 석명해야 함에도 필요한 석명을 다하지 않은 채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만 심리·판단했다""원심에는 필요한 석명권 행사나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1(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는 최근 강씨의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최근 징역 3년에 신상정보공개 5년을 선고했다(20171816).

 

 

재판부는 "A양이 범행 당시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됐을 정도로 정신적·육체적·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황이었다""A양이 성적 가치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나 성찰을 토대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로서 SM 행위에 동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강씨가 9회에 걸쳐 A양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를 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인인 강씨는 나이 어린 피해자가 건전한 성도덕을 형성할 수 있도록 보호할 책무가 있는데도 아직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A양을 자신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촬영한 음란물을 제3자에게 유포하지 않았고 벌금형을 초과해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씨를 변호한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처벌받지 않는 것인데, 이를 아동학대로 간주해 처벌한다면 형법에서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상한을 13세미만으로 정한 취지에 배치될 수 있다"며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한 판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