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위자료 어른보다 많아야” 

어린이 위자료기준 높인 첫 판결 … “기본권 침해 성인보다 커”

(서울중앙지법: 2009-08-10)


사고를 당한 어린이는 위자료 산정에 있어 특별한 취급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른보다 더 많은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이번 판결을 다른 재판부에서도 받아들일 경우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어린이들의 위자료 산정에 있어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이옥형 판사는 지난 2005년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다 2년뒤 숨진 김 모양의 유족이 가해 차량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7700여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보험사는 이번 사고로 치료비 1억8000여만원과 손해배상선급금으로 1억6500만원을 지급한 바 있어 이번 사고로 피해자 가족이 받은 손해배상액은 4억3000여만원이 됐다.


재판부는 김양이 어른이 됐으면 벌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실수입(노동력 상실로 잃은 수입)과 치료비 계산은 기존 판례에 따라 했지만 위자료 산정은 특별한 취급 기준을 제시하며 1억3500만원으로 책정했다. 법원이 교통사고 사망자의 위자료에 대해 통상 5000만원 안팎을 인정해왔던 것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교통사고 사망자의 위자료가 현실에 맞지 않게 적고 일률적이라는 지적이 줄곧 있어왔다. 재판부는 사고로 인한 아동과 미성년 청소년에 따른 위자료 액수를 결정함에 있어서 특별한 취급이 요구된다며 판결문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아동이 사고로 인해 신체적 장애, 생명의 침해를 받을 경우에 △몸과 마음이 미성숙한 상태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고 △신체의 손상으로 정신적 충격이 크고 성인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되며 △성인보다 더 오랜 기간 고통을 감수해야 하며 △성인이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에 이미 누렸을 생활의 기쁨(가족·친구·학교생활 등)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본권 침해의 정도는 성인보다 더 크다”며 “아동은 학습권을 통해 세계관을 형성하고 장래 종사할 직업을 결정하는데 사고로 인한 학습권의 침해는 회복되기 어렵고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어린이들이 일실수입 산정에서 어른보다 적은 보상이 이뤄지는 상황도 고려했다. 현재 법원이 채택한 일실수입 계산법에 따르면 미래 소득을 중간 이자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에 피해 아동이 어릴수록 일실수입 총액이 적다.


20세의 피해자라면 일용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인 146만원을 바로 받지만 5세 어린이라면 15년 뒤에 받을 146만원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해 이보다 액수가 훨씬 적어진다.


김양도 만약 20세가 된 해에 사고가 나 숨졌다면 일실수입이 2억3000만원이지만 6살에 숨지면서 일실수입이 1억7000만원으로 줄었다.


이 판사는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어른보다 유리하지는 못할지라도 불리하게는 취급하지 않아야 하므로 불합리한 현실을 위자료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피고인 보험사가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1심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