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허가 났는데도 수사서류 등사거부 위헌"

[헌재:2017-12-28]

 

헌재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

 

법원의 수사서류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해당 서류의 등사를 거부한 것은 피고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서울중앙지검 A검사를 상대로 낸 열람·등사신청 거부행위 위헌확인 사건(2015헌마632)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청구인인 민변 변호사들은 20137월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덕수궁 대한문 앞 화단 주위에서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집회 도중 집회 공간 이용을 두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을 다치게 하고 당시 집회 경비업무를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의 팔을 잡고 끌어 부상을 입힌 혐의(공무집행방해 및 체포치상) 등으로 201411월 기소됐다. 기소된 민변 변호사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은 이 사건에 대한 수가기록 중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수사서류에 대해 검찰에 열람·등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수사서류 열람·등사를 허용할 것을 결정했고, 변호인은 이를 토대로 검찰에 다시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열람만 허용하고 등사는 거부했다. 이에 민변 변호사들은 20156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검사의 수사서류 등사 거부행위는 변호인의 수사서류 등사를 제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인 청구인들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변호인이 수사서류를 열람은 했지만 등사를 하지 못한다면 변호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청구인들에게 유리한 수사서류의 내용을 법원에 현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되고 그 결과 청구인들을 충분히 조력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피청구인인 검사가 수사서류에 대한 등사만을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신속하고 실효적인 구제절차를 형사소송절차 내에 마련하고자 열람·등사에 관한 규정을 신설한 입법취지와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대한 정당성 여부가 법원에 의하여 심사된 마당에 헌재가 다시 열람·등사 제한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면 이는 법원의 결정에 대한 당부의 통제가 되는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수사서류에 대한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이 있음에도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는 경우 수사서류 각각에 대해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심사할 필요 없이 그 거부행위 자체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 사건과 같이 법원의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허용 결정이 있음에도 검사인 피청구인이 해당 서류에 대한 열람만을 허용하고 등사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따라서 피청구인의 수사서류 등사 거부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별도로 심사할 필요 없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창호 재판관은 "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같다"면서 "다만, 헌재가 이미 이전에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를 포섭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의 일반적·추상적 내용에 대해 청구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한다는 헌법적 해명을 하였고, 달리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헌법적으로 의미있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와 관련해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어 심판 이익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