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정년은 43, 남직원 정년은 57, 대법성차별이다

[대법: 2019-10-31]

 

국가정보원이 여성 계약직 직원의 정년(근무상한능력)을 남성보다 짧게 규정한 데 대해 성차별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전 국정원 직원 이 모 씨 등이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낸 공무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국정원에서 출판물 편집 등을 담당(전산사식 직렬)했던 이 씨 등은 2010년 불과 만 45세에 퇴직해야 했다. 국정원이 행정규칙 등에서 전산사식 등 업무의 정년을 만 43세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별도 지침에 따라 2년 더 근무한 뒤 퇴직했다.

 

문제는 전산사식 등 직렬에 주로 여성 계약직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씨 등은 자신이 입사한 1986년부터 퇴사한 2010년까지 전산사식 직렬에 있던 노동자는 모두 여성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성 계약직 직원이 대다수인 영선·원예 업무의 정년은 만 57세였다. 국정원은 1999년 시행한 계약직직원규정을 통해 업무별 계약직 직원의 정년을 정했는데, 사실상 여성과 남성의 직렬을 분리해 각 정년을 달리한 것이다.

 

이에 이 씨 등은 국정원이 성별을 이유로 정년에 있어서 차별행위를 했다며 해당 규정의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씨 등이 속한 전산사식 직렬의 정년을 만 43세로 정한 규정이 양성평등에 반하는 위법한 규정이라 단언할 수 없다라고 봤다. 2심은 재계약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퇴직 처리됐을 뿐이라며 정년을 달리 정한 규정이 성차별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이 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성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의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한 분쟁 해결에서 증명 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해야 한다. 또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가 노동자에 대해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정한다.

 

재판부는 먼저 계약직 공무원도 일반 노동자와 같이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의 대상이라고 전제했다.

 

해당 규정이 성차별이라는 판단은 전산사식 직렬이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이고, 영선·원예 직렬은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임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전산사식 업무의 정년을 영선·원예에 비해 14년이나 낮게 정했고, 후속 지침을 고려해도 12년이나 낮게 규정했다라며 남녀고용평등법의 사업주 증명책임 규정에 따라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된 전산사식 분야의 정년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된 다른 분야의 정년보다 낮게 정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국정원장이 증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해당 규정 이전에 전산사식 직렬의 정년을 만 43세로 정한 시행령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규정을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여부를 살피지 않았다라고 지적하며 파기 환송했다.

 

한편 해당 규정은 상고심 계류 중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50대인 이 씨 등은 서울고법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국정원에 복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