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로서 시댁 식구들과 심각한 불화를 빚더라도 그 원인이 일방적인 희생의
강요 등에서 비롯됐다면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가사단독 조영선 판사는 2003년 5월 25일 "시댁 식구들에게 극도로
인색하고 자신에게 포악한 처신을 일삼는다"며 A(56)씨가 아내 B(56)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조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피고가 맏며느리로서 시어머니를 모시지 않고 시댁
식구들에게도 극도로 인색하며 자신에게도 핍박을 일삼아 수년 전부터 사실상
별거중이라고 주장하나 원고는 피고에게 시댁에 대한 일방적 양보와 희생을
강요했으며 불만을 폭력으로 해소하는 등 배우자로서 신의를 저버린 만큼 불화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조 판사는 "피고가 집안 제사 등 시댁 행사에 일체 참여하지 않은 것도
원고가 피고와 상의 없이 상속재산을 형제들 앞으로 분여 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강력히 반대하자 시댁 식구들이 합세, 피고를 몰아세웠기 때문인 것으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