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재산분할때 전업주부 몫 50%로 껑충

[서울가정법원: 2010-04-19 ]

 

10년전엔 30%…법원 "가사노동 사회적 평가 달라져"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가 이혼할 때 받을 수 있는 재산의 비율이 불과 10년만에 전재산의 절반 수준으로 높아졌다.

2000년께만 해도 전업주부의 재산형성 기여도는 30% 내외를 인정받는게 일반적이었다.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사실상 최고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19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년간 두 명의 자녀를 키우며 가사에만 전념해온 A(47ㆍ여)씨는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남편은 재산의 50%인 9억원과 위자료 7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30년 가까이 전업주부로 지내다 건설업체 사장인 남편과 지난 1월 이혼한 B(53ㆍ여)씨와 전기공사업체를 운영하는 남편과 17년간의 결혼생활을 지난 2월에 청산한 C(50)씨의 소송에서도 재산분할 비율을 50%로 판단했다.

 

시부모를 모시고 아들을 양육하며 23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D(49)씨는 정수기 제조업체 사장인 남편이 시부모에게 증여받은 재산으로 사업을 일군 점이 참작됐음에도 지난 2월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45%까지 인정받았다.

 

이러한 재산분할비율에는 이혼 후 경제력이 취약한 여성에 대한 부양적인 측면도 일부 반영됐지만, 근본적으로 통상 10년 이상 전업주부로서 결혼생활을 했다면 재산형성 기여도를 남편과 거의 동등하게 봐야 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깔려있다.

 

서울가정법원 김윤정 공보판사는 "10년전만 해도 재산분할비율을 전업주부는 약 3분의1, 맞벌이주부는 약 2분의1로 인정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전업주부도 절반까지 인정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이는 가사노동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로 가사도우미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재산분할비율을 정하는 데는 가사노동의 가치 외에도 가족관계나 생활수준, 교육정도, 혼인기간 등 여러 정성적 요인들이 반영되고, 재판부마다 세부 판단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법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울가정법원 신한미 판사가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8년 12월~2009년 2월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된 227건의 이혼소송사건에서 여성의 재산분할비율을 40~50%로 인정한 것이 135건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10여년 전 발표된 '재산분할 실태조사'(1999년 박보영 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논문에서 파악된 여성배우자(맞벌이주부 포함)의 재산분할비율은 21~30%가 19.6%, 31~40%는 30.8%였고 41~50%는 20.6%에 그쳤다.  신 판사는 "5~6년 전만해도 10년차 이상 전업주부의 재산분할비율을 50%로 정하면 수긍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당사자들도 대개 반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