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할아버지의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자녀가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손자가 상속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 빚을 갚아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김상균)는 28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할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으라”며 이아무개(2000년 2월 사망)씨의 손자 이아무개(7)군 등 4명과 원 채무자인 ㅅ엔지니어링 등을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숨진 이씨 대신 2억9천여만원을 갚으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의 자녀들은 이씨가 숨진 뒤 2000년 5월 상속포기 신고를 했지만 손자들은 3개월 안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할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의 자녀들은 법 규정을 잘 알지 못했다고 하지만 이런 이유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995년 1월 ㅅ엔지니어링이 은행에서 진 빚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지만 ㅅ엔지니어링의 은행빚 2억9천여만원을 갚지 못한 채 2000년 2월 숨졌으며, 이씨의 손자들은 지난 11월에야 한정승인 신고를 마쳤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