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5-02-03 22:28]  

헌재의 이번 결정은 가족제도가 비록 역사적·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보다 우월할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가족법이 헌법이념을 실현하는데 장애를 초래하고,헌법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더욱 고착시킨다면 가족법은 수정돼야 한다는 논리다.

◇양성 평등이 우선=가족제도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36조 1항에 반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유림에서 호주제 존치의 근거로 제시한 헌법 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전통문화로서의 가족제도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호주제는 위헌=헌재는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한다’는 민법 제781조 1항과 ‘일가의 계통을 승계한 자,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고 규정한 민법 제778조 등은 “정당한 이유없이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남녀차별제도”라며 위헌이라고 못박았다.

즉, 호주 지위를 승계함에 있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와 누나들을 제치고 호주의 지위를 승계하게 함으로써 남녀를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혼인 때도 부부가 동등한 관계임에도 아내가 일방적으로 남편이 속한 호적에 편입함으로써 아내를 수동적 종속적 관계로 정착시켜왔다고 평가했다.

결국 헌재는 호주제가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과거의 가족제도와 일정한 연관성을 지닌다고 가정하더라도 여성의 경제력 향상과 이혼율 증가 등으로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호주제를 존속시킬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불가피한 선택=헌재는 호주제의 골격을 이루는 민법 조항을 곧 바로 위헌으로 선언할 경우 호주를 기준으로 편제돼 있는 현행 호적법이 그대로 시행되기 어려워 신분관계를 공시·증명하는 공적기록에 중대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새로운 호적체계로 호적법을 개정할 때까지 관련 조항들을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선택했다.

△1999.5=여성단체연합 호주제폐지운동본부 발족

△2000.9.22=111개 시민·여성·사회단체,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발족식 및 국회 청원

11.28=시민연대, 제1차 호주제 위헌 소송 가정주부 배모씨 등 15명, 호주변경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서울가정법원에 제출

△2001.4.1=서울지법 북부지원,민법 제778조,781조 1항 위헌법률 제청

4.5=서울지법 서부지원,781조 1항 위헌법률 제청

△2002.5.15=시민연대,제2차 호주제 위헌 소송 -민법 제826조 3항 '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부분

△2003.3.11=국가인권위원회,호주제 위헌 의견서 헌재 제출

9.4=법무부,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입법예고

11.20=헌재,호주제 위헌심판 첫 공개변론

△2004.5.25=국무회의,호주제 전면 폐지의 내용을 담은 민법 중 개정법률안 통과

12.3=국회 법사위,호주제 존폐 문제 공청회

12.9=헌재,마지막 5차 공개변론

12.27=국회 법사위,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 합의

△2005.1.26=법무부,새로운 신분등록제도안 국회 제출

2.3=헌재,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781조 1항 및 778조 헌법불합치 결정


김영석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