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부수 속여 인세차액 취득했을때 이미 사기죄 기수...
판레와 달라 상급심 판단주목


다른 사람에게 속아 자신의 재산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몰랐더라도 사기죄는 성립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재산상 손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기존의 대법원판결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李炫昇 부장판사)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작가 홍모씨에게 판매된 책의 부수를 속여 38억원의 인세를 가로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기소된 K출판사 대표 김모씨(44)에 대해 지난달 16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관리이사 석모씨(56)와 전 관리과장 이모씨(36)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없어 사기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사기죄에 있어서 처분행위란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부작위도 이에 해당하고, 사기를 당한 사람이 청구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해 이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기죄는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인세의 정산시기 전이라도 피고인들이 만화의 실제 출판부수를 속여 인세차액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을 때 사기죄는 이미 기수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김씨 등은 지난 2000년4월부터 만화작가 홍모씨와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출판계약을 체결하며 출판부수에 따라 총 정가의 7%를 인세의 총액으로 지급하기로 계약, 2001년부터 2004년까지 1천만부가 팔려 60여억원의 인세를 홍씨에게 지급해야 했지만 허위의 출고현황표를 홍씨에게 보여주는 방법으로 3백60만부만 출판된 것처럼 속여 21억1천9백여만원을 인세로 지급했다가 사기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오이석 hot@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