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필름끊긴줄 모르고 성관계,준강간 아니다

[연합뉴스 2005.03.28 07:00:18]


김상희 기자= 술만 마시면 쉽게 `필름이 끊어지는' 여성이 의식을 잃은 사이에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뒤늦게 알고 상대 남자를 고소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모(28)씨는 부인과 처제 K(19)씨, 그의 남자친구 이모씨와 함께 2003년 12월 자택에서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시다 부인과 이씨는 먼저 취해 각각 안방과 작은방에서 잠들었다.

K씨는 형부와 함께 집밖으로 나가 소주 2병을 더 사와 나눠 마셨다 `필름이 끊어져'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남자친구가 화를 내며 아무 말도 없이 집으로 가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K씨는 "전날 밤에 형부와 성관계를 가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간밤에 불미스런 일이 있었음을 나중에 알고 김씨를 고소했고 김씨의 부인도 남편과 협의이혼을 했다.

K씨는 수사기관에서 "형부는 내가 필름이 끊어진 걸 이용해 성관계를 가졌다"며 김씨를 준강간죄(만취한 상태를 이용, 여성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가진 죄)로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처제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맞지만 처제도 제정신으로 동의한 줄 알았다"고 반박했다.

법정 증인들은 K씨가 술만 마시면 쉽게 필름이 끊어지긴 하지만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가끔 정신이 멀쩡한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진술했다.

1심 법원인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아무리 술에 취했더라도 지각이 있는 한 K씨가 언니와 남자친구가 방에서 잠자고 있는 집 거실에서 형부의 성관계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보기는 어려워 김씨에 대해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따져보면 K씨가 술에 취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진 상태에서 형부의 성관계 요구에 응했거나 K씨가 적극 저항하지 않자 피고인이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성관계를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유죄를 확신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도 28일 "피고인의 행위가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이긴 하지만 피고인이 처제의 술취한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확실히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