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있어도 정자 못찾으면 간통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 2007년 07월 06일]

간통 혐의로 기소당한 남녀가 증거물에서 ‘정액’은 확인됐지만 ‘정자’가 검출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남편과 별거 중이던 ㄱ씨(여)는 지난해 10여년 전 알고 지내던 ㄴ씨를 우연히 만났다. 둘은 곧 가까워졌고 ㄱ씨의 남편도 아내의 ‘바람’을 눈치채게 됐다. ㄱ씨와 ㄴ씨는 지난해 6월 어느날 저녁 모텔로 함께 들어갔다.

미리 이들을 뒤쫓고 있던 남편은 경찰에 신고했고, 모텔 방으로 들어간 지 30분 뒤에 방으로 들이닥쳤다. 경찰은 ㄱ씨와 ㄴ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ㄱ씨의 질액을 채취해 정액 반응검사를 했고 그 결과 정액 양성반응은 나왔지만 정자는 검출되지 않았다. 정자에 있는 DNA가 검출되지 않아 정액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검찰은 “ㄱ씨가 남편과 별거 중이었음에도 정액 양성반응이 나와 피고인들이 간통한 사실이 명백하다”며 기소했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김용섭 부장판사)는 5일 “검출된 정액이 ㄴ씨의 정액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사정 후 72시간이 지나 정자 DNA가 완전 분해되거나 남성이 무정자증이거나 정관수술을 받은 경우, 극히 미량의 정액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정액 양성반응이 나타나더라도 정자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는데 ㄴ씨는 정관수술을 받은 적도 없고 무정자증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이 함께 모텔로 들어간 뒤 남편이 들이닥칠 때까지의 시간은 30여분에 불과했다”며 “만약 검출된 정액이 ㄴ씨의 정액이라고 하더라도 72시간 이전에 피고인들이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남은 것일 수도 있어 피고인들이 검찰이 기소한 일시와 장소에서 성관계를 맺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