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비용 물어내라" 강압적 각서 무효
[서울남부지법: 2008-06-16]

결별한 옛 애인으로부터 과거 데이트 비용 1,000만원을 받아 내려고 법정 다툼까지 벌인 남성이 결국 2심에서 패소했다.

박모(30)씨는 지난해 3월 애인 임모(27ㆍ여)씨에게서 이별을 통보 받았다. 박씨는 ‘마음을 돌려 줄 것’을 거듭 요청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박씨는 한달 뒤 임씨를 서울의 한 모텔로 유인해 “나랑 다시 만나지 않을 거라면, 내가 데이트비용으로 쓴 1,000만원을 갚으라”며 지불각서를 내밀었다. 옛 애인의 위세에 눌린 임씨는 지불각서를 써줬다.

복수심에 불탄 박씨는 각서를 들고 2007년 5월 서울 남부지법에 대여금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박씨 손을 들어줬다. 변호사 없이 재판에 나선 임씨가 당황한 나머지 각서 작성 당시의 강압적 분위기는 설명하지 않은 채 서명 사실만 인정했기 때문이다.

강압적 상황에서의 각서는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임씨는 법원에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남부지법 민사1부(부장 오천석)는 “박씨는 임씨를 위협해 신체 포기각서와 함께 약정 내용을 기재한 지불각서를 작성했다”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판단돼 무효로 처리한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