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은 우리가 주권자임을 재확인하는 날

- 지배자와 지배인·대리인의 차이 -

양정자 원장


 만물이 소생하는 봄입니다. 잠자고 있던 대지 위에 파릇파릇 새싹들이 모습을 보이며 생명의 기운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새 봄, 새 기운으로 건강하게 뜻하시는 바 모두 차근차근 이루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올해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입니다.

 국회의원은 회의체 국가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국회가 가지는 법률제정권, 예산심의권, 국정통제권 등을 행사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가집니다. 강제위임이 금지된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은 그를 뽑아준 선거구민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활동하여야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제2항)라고 하여 주권재민의 원칙을 밝히고, 국민을 주권기관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 국민이 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는 없으므로, 주권기관인 국민은 국가권력의 원천으로서 다른 국가기관(대표기관)에게 국가권력을 위탁하여 행사시키고 있습니다. 입법권은 국회에(제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제66조제4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제101조)에 속한다고 규정하여 삼권분립주의에 입각하고 있습니다. 즉 국민은 권력의 통치대상이 아니고 권력의 원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에게 최초로 투표권이 주어진 날은 제1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1948년 5월 10일입니다.

 5·10 총선거는 제헌국회와 대한민국 헌법, 대한민국 정부를 탄생시켰고,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자유·평등·비밀·직접선거에 의한 국민의 정치참여를 실현하였으며, 이 땅에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정치의 시작을 세계 만방에 알린 선거였고, 특정 연령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완전평등을 보장하여 우리나라 민주정치 발전의 초석을 다진 선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1787년 헌법에 만인의 정치적 평등을 규정하였지만, 여성이 선거권을 획득한 것은 1920년, 흑인이 선거권을 획득한 것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였습니다. 영국은 1928년에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하였고, 프랑스는 이보다 훨씬 뒤인 1946년에 여성투표권을 인정하였습니다.

 서구 민주주의 나라들이 대의제도를 도입한 이래 성별·재산·인종·지역·종교와 상관없이 일정 연령 이상이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보통선거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수백 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해방 후 정부수립과 동시에 투표의 불평등 없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투표에서의 불평등 철폐를 ‘일거(at a time)’에 달성하였습니다.


 1948년 5월 10일 제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95.5%였던 투표율은 다소의 등락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급기야 지난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선 46.1%였고,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투표율은 제18대 총선 투표율보다 8.1% 상승한 54.2%에 불과하여 1988년 제13대 총선 투표율 75.8%를 기준으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이와 같은 투표율 하락추세가 계속된다면 제18대 총선 투표율이 46.1%였던 점을 고려할 때 오는 4월 치러질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투표율이 50%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 속에 선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선거는 국민의 의사를 집약하고, 이에 따라 구성된 정부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합니다. 또한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정치적 무관심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투표율 하락의 결과는 국민으로부터 지지가 없는 정치체계와 대표성이 결여된 정부라는 의미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투쟁해서 얻어낸 민주주의가 아니고 해방과 동시에 남이 가져다주어 쉽게 얻게 되어서인지 주권자인 국민이나 대통령, 국회의원, 대통령을 보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선거 때만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깨닫는 것을 너무도 많이 듣고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형식적으로나마 최소한의 국민의 눈치를 보던 이제까지의 선거 때와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당선된 의원들과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미래는커녕 비전도, 정책도 보이지 않습니다. 신선함도 없고, 오로지 계파 이익, 권력자에게 충성심만 강조할 뿐입니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이래도 되는지 불안해집니다. 정치가 잘못되면 더 힘들고 괴로운 것은 바로 우리 국민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한 헌법을 채택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헌정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주권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선거일은 소위 ‘노는 날’로 인식되어 투표소를 가는 대신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선거와 정치에 대해 사람들은 점점 무심해지고 있습니다. 공천이 엉망이라 투표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의외로 많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민주공화국을 건설하고 직․간접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대통령 중 국민의 박수와 칭찬, 존경을 받으면서 임기를 마친 성공적인 대통령이 불행하게도 한 분도 없습니다. 이는 선거기간 동안에만 국민이 주인이고, 대통령에 취임해 국정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대통령과 주권자인 국민이 각자의 역할을 혼동하게 된데 원인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전제군주시대의 군주처럼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 무소불위, 무소불능, 능통하지 않은 것이 없고, 못할 일이 없는 절대권력자인 지배자가 아닙니다. 주인을 대신하여 그 영업에 관한 일체의 업무를 관리하는 권한을 가진 대리인, 지배인의 개념에 가까운 역할입니다.


 국어대사전에 지배자는 ‘지배하는 사람’, 지배인은 ‘주인을 대신하여 그 영업에 관한 일체의 업무를 관리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 대리인은 ‘다른 사람을 대리하는 사람, 남을 대신하여 의사표시를 하고 또 의사표시를 받을 권한을 가진 사람. 대리인이 행한 권리 의무의 행위는 직접 본인에게 귀속됨’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우리나라 첫 여성대통령이며 민선으로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을 국민의 지배자나 권력자로 만들지 말고, 국민의 대리자로서 우리나라 최초로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마치고 평화와 통합을 이룬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주권자인 국민이 책임을 다하고, 특히 ‘친박’이라 자칭하는 분들이 협조하고 도와야 할 것입니다.


 국민도, 대통령,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도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의 뜻을 받아서 일을 하는 심부름꾼이지 전제군주시대의 군주나 귀족처럼 국민을 지배하는 지배자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하는 시간이 선거기간입니다. 경제, 경제하다가 귀중한 생명이나 사람보다 돈이 우선시되는 사회현상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만연해가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인권존중, 생명존중을최우선 정책으로 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받드는 사람을 대표로 뽑는데 내 귀중한 주권행사를 포기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내가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누가 나의 대표자로 뽑혔는지에 따라 우리나라, 그리고 나의 현재와 미래가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