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사귀던 기간 오간 돈은 증여일까, 아니면 대여일까.

사랑을 싹 틔우던 시기에 돈이 오갔지만 나중에 애정이 식어 소송을 낸 남녀들이
그 돈의 성격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한 쪽은 증여금, 다른 쪽은 대여금이라는
엇갈린 판결을 받았다.

과거 사귀던 여성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조건 없이 돈과 선물을 주었다 구애가
거부당하자 돈을 갚으라며 소송을 낸 A(44) 씨에 대해 `이유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7단독 재판장 곽용섭  2003년 9월 17일
판결).

A 씨는 지난 1999년 말 알게 돼 호감을 갖게된 B씨(37.여)가 친구와 함께 술집을
개업하자 "가게를 차리느라 진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2천만원을 건네준
뒤 결혼을 요구했다.

이후 A 씨는 B 씨로부터 청혼이 거부되자 자신이 준 돈을 상환할 것을 요구해
2천만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 전화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관계 지속을
요구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2천500만원을 줬지만 끝내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하자
채무상환각서를 받은 데 이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는 환심을 사기 위해 돈을 줬다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화가 나
각서를 작성케 한 것으로 인정되고, 금전소비 대차약정에 따라 돈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비슷한 사례를 놓고 다른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민사2단독 김충섭 판사는 사업 관계로 알게된 내연남에게 돈을
제공했다 사이가 멀어지자 준 돈을 갚으라며 대여금 반환소송을 낸 C(39.여) 씨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전세버스 운송사업자인 C 씨는 지난 2000년 10월께 D(57) 씨 소유의 관광버스
2대를 지입해 운영하던 중 D 씨에게 금전지원을 한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내연
관계로 발전하면서 모두 5천900여만원이 D 씨에게 건너갔다.

이 중 1천500여만원은 C 씨 수중으로 되돌아왔지만 나머지 돈은 D 씨가 소유한
상태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자 C 씨는 D 씨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D 씨는 법정에서 1천200여만원만 대여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내연 관계에서
이뤄진 증여금, 혹은 C 씨가 보장한 월매출액 만큼의 수입을 내지 못한 데 대한
보상금이라며 상환거부의사를 피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사업을 위해 피고의 도움이 필요해 돈을 교부했고,
돈 가운데 일부는 내연관계 전에 준 것이고 금액도 원고의 자력에 비해 많아
증여의 뜻으로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채무상환을 요구하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