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2005-04-20 23:32]  


‘법에도 눈물이 있다.’ 최근 법원에서 내린 한 판결은 법을 토대로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는 법관의 법감정이 어떠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전주지법 형사2단독 이준명 판사는 한밤중 인쇄업소에 침입해 컴퓨터를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기소된 K씨(27·종업원·전주시 서신동)에 대해 징역 2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인이 평소 규범적이지 못한 행동이 반복되고 있어 반성이 요구된다”고 꼬집으면서도 “평소 컴퓨터를 갖고 싶어 하는 조카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된 데다 범행이 발각되자 조카가 대신 처벌받으려 한 점 등을 참작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K씨가 과거 소년시절 저지른 범죄로 장기간 수형생활을 한 데다 지난 2002년 4월 출소, 이혼한 누나의 부탁으로 조카를 보살피며 스스로 힘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점을 직시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 김모씨(인쇄업) 역시 도난당한 컴퓨터를 고스란히 돌려받기는 했지만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처벌보다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재판부는 “처벌도 처벌이지만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 정작 피고인에 필요한 것은 자립할 수 있는 힘이고, 또한 그렇게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피고인에 대한 법정형이 징역형밖에 없고, 현재 집행유예 결격자에 해당돼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동정심도 표출했다.

이같은 판결은 야간주거침입절도의 경우 대개 징역 1년 이상 실형이 선고된 재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한편 K씨는 지난 해 10월 18일 새벽 2시 전주 시내 모 인쇄소 문을 따고 들어가 시가 205만원 상당의 맥킨토시 본체와 조립식 컴퓨터 1개씩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