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부가 인공수정 출산 동의했다면 친자식"

[서울가정법원: 2016.10. 30]

 

다른 사람 정자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낳은 자녀

 

타인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낳은 자녀일지라도 부부가 시술에 동의했다면 친자식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친생자를 판단하는데 유전자의 동일성이 절대적인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공수정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인 만큼 유전자 이외에도 아이를 만든 구체적인 과정과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허부열 수석부장판사)씨가 제3자 인공수정으로 낳은 자녀 씨를 두고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씨는 30여년 전 부인과 결혼했으나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 그러자 씨는 부인에게 제3자의 정자를 받아 시험관시술로 자녀를 갖자고 했다.

 

인공수정 시술이 성공해 부부는 씨를 낳았고 출생신고까지 마쳤다. 하지만 씨 부부는 그 뒤 사이가 악화됐고, 다툼 중에 씨에게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렸다.

 

씨는 부인과 이혼하게 되자 씨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님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당시 부부에게는 자식들에 대한 양육비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타인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이라 해도 부부가 이에 동의했다면 시술로 낳은 자녀는 친생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 같은 경우 금반언(禁反言)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들이 친자식임을 부인할 권리도 없다고 봤다. 이미 자신의 의지로 낳은 뒤 시간이 지났다고 모순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씨는 제3자 인공수정 출산에 동의하지 않았고 묵인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3자 인공수정 시 선행절차로 배우자의 협력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부인이 남편 몰래 제3자 인공수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다. 다만 앞서 2007년 대구지법 가정지원에서도 부부 양쪽이 제3자 인공수정 출산에 동의한 경우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대구지법에 이어 인공수정을 통한 자녀의 법적 지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