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서 타인 휴대폰 충전기 사용 후 깜박절도 아니다",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재판소 : 2020-03-16, 2018헌마964]


독서실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폰 충전기를 공용 충전기로 착각해 사용한 다음 깜빡하고 이를 반납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절도로 볼 수는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2018헌마964)을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했다.

 

A씨는 20182월 서울 용산구의 한 독서실에서 자유석을 이용하던 중 근처 자리에 꽂혀있던 휴대폰 충전기를 빼 자신의 핸드폰을 충전했다. 그는 어머니가 기차역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나가다 충전기를 미처 제자리에 돌려놓지 못하고 앉았던 자리 서랍 안에 넣어뒀다.

 

충전기 주인 B씨는 다음날 자신의 충전기가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CCTV를 확인한 뒤 A씨를 불러 조사했다.

 

A씨는 "독서실 공용 충전기라 생각했고, 어머니를 모시러 급히 나가느라 반납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 충전기 위치가 기억났다며 독서실 책상 서랍에 넣어둔 충전기를 독서실 총무에게 반납했다.

 

검찰은 "A씨의 혐의는 인정되나 참작사유가 있다""충전기 시가도 15000원 상당에 불과하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로 보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헌재는 "A씨가 휴대전화 충전기가 꽂힌 책상이 특정 이용자에게 할당된 지정좌석이 아니라 비어있으면 누구든지 앉아도 되는 자유좌석으로 착오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좌석에 꽂혀 있는 충전기라면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 독서실 공용으로 제공되어 임의로 가져다 사용해도 되는 충전기라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충전기를 놓고 나간 곳은 자유석 책상 서랍이었으므로 이 충전기는 독서실 관리자의 지배가능한 장소적 범위 내에 머물러 있었다""A씨에게 절도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