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고의·과실' 인정돼야 국가배상합헌"

[헌재 : 2020-03-26 , 2016헌바55]

 

'국가배상법 제21'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헌법재판소, 재판관 53 의견으로 합헌 결정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에만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국가배상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유신정권 시절인 1970년대 긴급조치 9호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피해자 A씨 등이 국가배상법 제2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2016헌바55)에서 재판관 5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 등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당사자 및 가족 등으로 당시 위법한 수사와 재판을 받아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긴급조치 9호와 관련한 당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유죄 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A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A씨 등은 "국가배상법 제21항 본문에 규정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배하여' 요건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291항의 국가배상책임 요건을 넘어 위법성의 인식이 있을 것까지를 요구한다""이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어렵게 해 국가배상청구권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다""외국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배상책임에 공무수행자의 유책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조치로 인한 손해의 특수성과 구제 필요성을 고려해 국가가 더욱 폭넓은 배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입법자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구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기영·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은 "긴급조치 9호의 발령·적용·집행을 통한 국가의 의도적·적극적 불법행위는 우리 헌법의 근본 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불법의 정도가 심각하다""국가배상법 제21항은 A씨 등의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은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을 청구할 때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하는 것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최초의 사안"이라며 "국가배상책임과 관련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요건을 두는 것은 청구인들의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