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게 채무 변제 요구하며 성행위 강요했다면 청소년성보호법상 '위계·위력 등 간음죄' 해당
대법원, 집행유예 선고 원심 파기환송

[대법 2020-11-16. 20204015 ]

 

미성년자에게 채무 변제 명목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것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위계 등 간음 및 성매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3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04015).

 

현역 육군 소령인 A씨는 20197월 미성년자인 B양에게 15만원을 주고 두 차례 성관계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B양이 한 차례 성관계를 맺은 후 나머지 한 번을 미루자 A씨는 성관계를 계속 요구하며 16차례에 걸쳐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B양에게 추가로 60만원을 빌려주고는 변제를 1회 연체할 때마다 이자 명목으로 2회 성행위를 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한 뒤 이를 근거로 14차례에 걸쳐 성행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았다. A씨는 B양을 다시 만나기 전 경찰에 체포돼 미수에 그쳤다.

 

청소년성보호법 제75항 등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아동·청소년을 추행한 자'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3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청소년성보호법이 말하는 '위력'은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위력을 행사해 상대방의 자유의사가 제압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B양의 자유의사가 제압됐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위계 등 간음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A씨의 성매수 혐의와 예비적 공소사실인 강요미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3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해 간음의 목적을 달성했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피해자가 오인, 착각, 부지에 빠지게 되는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이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와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A씨는 B양 입장에서 성행위를 결심하게 될 중요한 동기에 대해 B양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도 행사했다""A씨가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것은 채무변제 여력이 없는 B씨에게 성교행위를 강요하는 것과 같아 성교행위를 결심하게 할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