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폭행 아니지만, 허위 고소라고 단정 못해" 무고죄 불인정

[대법 : 2020-09-17 . 20201842]

 

지도교수와 성관계 맺었다가 교수 아내로부터 손배소송 당하자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교수 고소무고죄 불인정

 

허위라는 적극 증명 없으면 무고 아니야”, 유죄 판결 뒤집어

 

박사과정 지도 교수와 성관계를 맺었다가 교수의 아내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하자 교수를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고소한 여성이 무고죄가 인정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가까스로 풀려났다.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면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무고와 관련된 고소사실이 성범죄인 경우 당사자 외에는 내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지만, 일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법원 형사2(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1842).

 

A씨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인 B씨가 201412월부터 20165월까지 모두 14회에 걸쳐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B씨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A씨와 B씨는 내연관계로 지내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일 뿐, B씨가 A씨를 강간하거나 지도교수로서 지위를 이용해 간음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를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허위라고 단정해 무고죄 성립 인정할 수는 없어

 

A씨는 B씨의 부인 C씨가 20167월 자신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손해배상소송에서 "B씨의 위력에 의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는 C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가 항소하지 않아 민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1심은 "A씨는 2016B씨가 자신을 폭행·협박해 강간했다는 취지로 고소했으나, 수사과정에서 내연관계가 드러나자 B씨가 '그루밍 수법'으로 간음했다는 취지로 주장을 바꿨다""당초 고소사실과 주요내용을 달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B씨와의 관계에서 일반적인 '상담자와 내담자' 관계에 있었다거나 B씨에 의해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자발적인 의사에 기해 B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이후 다른 남자친구와 교제하며 결혼 사실을 B씨에게 알리기도 했다""이런 점 등을 볼 때 A씨가 그루밍 수법에 의해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받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A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과 같이 A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검찰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형량을 징역 1년으로 높였다.

 

대법원 고소여성 실형원심파기

 

재판부는 "B씨가 지도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A씨를 간음했다는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한 적극적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소사실에 나름의 진실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고소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해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작성한 고소장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의 기본 취지는 B씨와의 성관계가 A씨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라며 "'그루밍에 의한 성관계'라는 성격 규정은 공소제기 이후 A씨의 변호인이 개진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일관된 입장과 태도를 보인 것에 주목하면 그가 내린 주관적 법률평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언정,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이루어져 당사자들 외에 그 내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A씨가 B씨에게 사회적·정서적으로 감화·예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을 긍정한다면, A씨가 B씨와 친밀도를 유지하고 만족감과 행복감을 표현한 것을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A씨의 무고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