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05-02-09 09:11]  

법원 "친아들처럼 돌봐왔고 뼈저린 반성 감안"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동거남의 아들이 돈을 훔치고도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심하게 때려 숨지게 한 여성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열일곱살에 서울에 올라와 열아홉살에 결혼한 김모(27.여)씨는 딸 하나를 낳은 뒤 남편이 외도해 2000년 이혼했다.

그해 5월 새 남편을 만나 동거하며 아들을 낳고 시아버지도 모시고 살던 김씨는 작년 7월 언니로부터 남편이 데리고 온 아들(6)이 지갑에서 돈을 훔친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아들을 추궁했지만 계속 "훔치지 않았다"고 하자 화를 못참고 빗자루가 부러질 만큼 머리와 엉덩이 등을 때렸고 아들이 바지에 오줌을 싸며 "잠이 온다"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이자 곧장 병원에 데려갔지만 결국 아들은 외상성 쇼크로 숨졌다.

뱃속에 또다른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김씨는 폭행치사죄로 경찰에 구속됐다.

1심 법원은 "범행의 가혹함과 범행 결과의 중대성, 잘못된 훈육 방법에 의한 사회적 비난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며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도 역시 "6세밖에 안된 피해자를 나무빗자루가 부러지고 온몸에 멍이 들만큼 심하게 때린 행위나 그 결과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김씨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평소 피해자를 학대한 것은 아니고 친자식과 같이 아꼈으며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해 시아버지도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며 "피고인은 현재 임신중인데다 초등학생 딸과 갓 돌을 지난 아들도 돌봐야 하는 만큼 1심 형의 집행을 4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생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