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동의없는 저당권 실행은 절도"
[ 서울남부지법: 2009-04-27 ]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면서 `제때 갚지 않을 경우 저당물을 가져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길 때 채무자의 구체적인 동의를 얻지 않았다면 절도죄가 성립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대부업자 김모(35)씨와 최모(39)씨는 2006년 7월24일 이모씨에게 3개월 뒤 원금과 함께 연리 137%의 이자를 함께 갚는다는 조건으로 선이자를 떼고 392만원을 빌려줬다.

이들은 또 이씨가 제때 돈을 갚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이씨 소유의 무쏘 승용차에 대해 저당권을 설정하고 차량포기각서와 차량인계동의서, 차량매각위임장, 차량보조열쇠 등을 받았는데 이씨는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않았다.

이에 김씨 등은 지난해 4월1일 채무 계약대로 이씨의 집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가져갔고, 화가 난 이씨는 이들을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김씨 등은 법정 이자율을 어긴 점은 인정하면서도 차량을 가져간 혐의에 대해서는 "계약서상으로 이미 채무자의 사전 양해나 승낙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와 최씨는 1심에서 특수절도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게 되자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가 있다"며 곧바로 항소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승호 부장판사)는 선고공판에서 "피고인들이 대출 당시 차량포기와 양도 등에 대한 각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여기에 자신의 점유를 배제하고 차량을 가져가도 좋다는 채무자의 구체적인 승낙까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들이 차량을 가져간 것은 피해자가 차량 포기 의사를 표시한 지 20개월이나 지난 뒤이므로 피해자의 실질적인 동의 없이 무단으로 차량을 운전해 간 것은 절도죄가 성립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