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때리려는 장모 폭행한 사위 ‘정당방위’

대법원 “존속폭행 혐의 무죄 확정…아내와 태아 보호하기 위한 것”

[대법: 2010년 05월 16일 ]

 

장모가 임신한 아내를 내동댕이치려는 것을 보고 제지하기 위해 장모의 멱살을 잡고 밀쳤더라도 이는 아내와 태아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존속폭행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원 K(36)씨는 2008년 5월 서울 종로구 무악동 자신의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임신 3개월의 아내와 돈 문제로 다투던 장모가 아내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고 가서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치려는 것을 보게 됐다. 당시 K씨는 집 안에 있다가 “살려 달라”는 아내의 비명소리를 듣고 뛰쳐나간 것.

 

다급한 광경을 목격한 K씨는 아내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장모의 멱살을 잡고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밀쳤다. 이에 장모가 욕을 하며 팔을 휘두르자 K씨는 장모의 팔을 붙잡는 등으로 제압했다.

 

이로 인해 K씨는 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제식 판사는 지난해 10월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인 폭행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는 흥분한 피해자가 임신 3개월인 아내에게 갑작스런 공격적 행동을 취하는 등 부당한 침해행위를 계속하자, 아내와 태아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일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며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검사가 항소했으나, 서울중앙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양재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처와 태아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 내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조처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임신한 부인을 폭행하는 장모를 말리다 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된 K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2010도1399)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의 행위가 아내와 태아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옳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