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명백한 불법행위, 피해자 부주의 '과실상계' 안돼"
[ 2007년 03월 26일]

【서울=뉴시스】대법원이 분쟁 피해자에게 비록 과실이 있다 해도 명백한 불법행위로 인한 분쟁이라면 피해자 과실을 이유로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26일 사기 피해자 정모씨(54)가 "돈을 돌려달라"며 주모씨(48)를 상대로 낸 사취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해자의 부주의를 과실상계 사유로 참작한 원심판결은 판례와 배치된다"며 원고 일부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하는 데 참작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불법행위가 분명한 이 사건의 배상책임을 정하는 데 있어 피해자의 부주의를 과실상계 사유로 참작한 원심판결은 대법원 판례와 달라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정씨는 2003년 9월 '한국전력이 발주하는 탐사용역을 수주받도록 해주겠다'는 주씨의 거짓말을 믿고 2000만원을 건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정씨는 주씨를 상대로 사취금 반환 소송을 냈으나 1심 법원은 정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2심 법원은 "주씨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나 그의 말만 믿고 섣불리 거액을 준 정씨에게도 40%의 책임이 있다"며 40%에 해당하는 800만원을 뺀 나머지 1200만원만 돌려받으라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