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조건 딸린 기증, 기부 아니다"
[대법: 2009-07-07 ]

공익재단에 재산을 기증하면서 기증자의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과도하게 조건을 다는 경우는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대학설립을 추진 중인데, 토지를 기증하면 A씨는 상임이사, A씨의 동생은 학장에 임명해 주겠다"는 모 장학재단 이사의 말에 속아 땅을 기증한 A씨(64)가 재단으로부터 이 땅을 매입한 B씨(47)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익법인의 재산취득행위가 외형상 무상취득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재단 설립 목적과 무관하고 기증자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었다거나 기증행위에 조건 또는 부담이 붙어 있어 재단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 '기부에 의하거나 기타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맺은 증여계약은 재단의 설립 목적과는 별 관계가 없이 주로 A씨 형제의 대학 인수를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고, 부가된 조건들도 재단에 지나치게 과다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A씨가 내놓은 땅을 기타 무상으로 취득한 재단의 기본 재산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2004년 4월 모 장학재단 상임이사인 C씨로부터 "재단이 설립을 추진 중인 대학에 토지를 기증하면 A씨는 상임이사, A씨의 동생은 학장에 임명해 주고, 이같은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땅을 돌려주겠다"는 말에 속아 자신 소유의 부동산 2909㎡를 재단에 기증한 뒤 이 땅이 B씨에게 팔리자 소송을 냈다.

이에 1·2심 재판부는 해당 토지는 재단이 '기타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으로 판단, 재단이 B씨에게 땅을 팔면서 주무관청에 허가를 받지 않는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한 점을 들어 "매매계약은 무효"라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