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다단계 판매원 불법행위는 업체 책임”
[한겨레 2006-04-02]    

[한겨레] 다단계 판매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다단계 판매업체에 책임을 물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판결은 92년 ‘방판법’ 제정 이후 사실상 사문화돼 온 다단계 판매업체의 사용자 책임을 확인한 최초의 확정 판례여서 주목된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지난달 9일 일정한 금액의 상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다단계 판매원이 될 수 없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며 다단계 판매업체 고려한백인터내셔날의 하위 판매원들이 회사 및 상위 판매원 9명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판법) 위반으로 고소한 사건 상고심에서 피고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다단계 판매원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물품 구입을 강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판매원으로 등록하려면 일정액의 물품을 반드시 구입하도록 해 부담을 준 것은 잘못”이라며 “다단계 판매업자는 판매원을 사실상 지휘·감독하고 상품 판매에 의한 손익의 귀속 주체가 된다고 보아 판매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회사를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2월24일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도 고려한백인터내셔날의 또다른 하위 판매원들이 회사와 상위 판매원을 같은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상고심에서 같은 취지로 회사와 상위 판매원에게 벌금형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방판법에는 다단계 판매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법인에도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는 취지의 ‘양벌규정’이 있지만, 그동안 다단계 판매원을 ‘독립 사업자’로 판단해 법인에 책임을 묻지 않아온 게 관행이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이번 판결로 다단계 판매업체에 엄격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환영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