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직장인들의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거나 감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의 근무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근무시간 중에 교사들의 인터넷 통신내용을 감청하고 이를 근거로 교사를 징계한 중.고교 교장과 학교간부에 대해 유죄가 확정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번 판결은 회사가 영업기밀을 보호하고 업무효율을 높이를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사전동의 없이는 인터넷 사용내역을 감시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첫 판결로 앞으로 유사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1항은 전기통신을 감청하거나 통신 내용을 공개 또는 누설한 사람에 대해서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朴在允 대법관)는 교사들의 컴퓨터에 사용내역을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인터넷 통신을 감청,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 K고교 간부 이모씨(54)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이씨와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K중.고교의 전직 교장인 탄모씨(56)와 이모씨(76)는 1심에서 각각 징역 8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받고 상고를 포기, 지난해 10월 유죄가 확정됐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등학교 행정실장인 피고인이 교사들의 컴퓨터 사용내용을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넷 오피스쿨’을 피고인과 교사들의 컴퓨터에 설치한 후 이를 이용해 교사들의 인터넷 통신내용을 감청하고 일부를 누설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같은 행위가 교사들의 컴퓨터 남용에 의한 근무태만과 기강해이를 바로잡기 위한 데서 나온 정당행위여서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3년 5월 경기도 K중.고교에 근무하는 교사 85명의 컴퓨터에 학생지도를 위해 원격강의시스템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교사들의 인터넷 통신내용을 열람할 수 있게 되자 이 시스템을 이용해 교사들의 근무상황을 감시하고, 쉬는 시간에 남편과 인터넷 채팅을 한 오모 교사의 대화내용을 출력, 징계에 활용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정성윤 jung@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