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배기 딸이 거액빚 상속? "인정안돼" (2005년 10월 11일 )

(인천=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빚더미 유산'에 대해 상속을 포기한 아버지가 상속권이 어린 딸에게 자동으로 넘어간 사실을 빚독촉을 받고서야 알고 뒤늦게 한정승인신청을 했더라도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합의 2부(한창훈 부장판사)는 11일 모 조합중앙회가 "딸에게 유산이 상속됐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서 신청한 한정승인신고는 효력이 없다"며 김모(4)양과 친권자인 김양 부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과 같이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김모(32)씨는 작년 2월 부친이 사망하면서 남긴 유산을 받았으나 재산보다 빚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고는 법무사 조언에 따라 같은 해 3월 부친의 유산상속을 포기했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인(상속인이 무능력자일 경우 법정대리인)은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씨는 6개월 여가 흐른 뒤 부친의 빚에 대해 구상금 청구권리를 가진 조합중앙회로부터 "당신 부친 유산을 딸이 상속했다"며 "부친의 빚 2천900여 만원을 갚으라"는 내용의 대위변제 요구청구서를 받았다.

자신이 유산을 포기함으로써 거의 빚더미밖에 남지 않은 부친 유산이 당시 2살배기의 어린 딸에게 자동으로 상속된 것.

딸의 친권자인 김씨는 부랴부랴 딸에 대해서도 `한정승인신고'(유산범위 내에서 빚을 갚겠다는 신고)를 냈으나, 조합중앙회측은 "딸에 대한 한정승인신고는 신청가능한 기간을 지나서 접수해서 무효"라며 김씨 딸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김씨 자신이 상속을 포기하면서 딸이 자신의 부친 유산을 상속하게 되리라는 점을 김씨가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는 것이 조합중앙회의 주장.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 등 피고 부모들은 당시 법률에 관한 문외한으로서 자식들만 상속을 포기하면 된다는 법무사 조언에 따라 딸에 대해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고, 빚 독촉을 받고서야 딸이 유산을 상속받은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김씨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모가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딸이 채무를 상속하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김씨의 딸에 대한 한정승인신고는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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