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윤락녀에 선불금 명목 대출은 무효"
[2007-10-01]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금융기관이 윤락녀의 선불금으로 사용될 줄 알면서도 윤락녀에게 빌려 준 대출금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은 2002년 당시 K씨(여)에게 3천만원을 빌려 준 S신용협동조합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K씨와 연대보증인 김모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는 S신협이 돈을 빌려 줄 당시 K씨가 윤락업소 종사자가 아니라 단순히 유흥주점 종업원이었고, 대출금이 선불금 명목으로 사용되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S조합이 이사장 주도하에 유흥업소 업무 및 여종업원에게 특혜성 대출을 해 준 것은 유흥업소의 경기가 유지된다고 예측해 여종업원에게 많은 금액이 대출되더라도 윤락행위를 통한 수입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S신협은 K씨 외에도 A업소 여종업원에게 대출을 해주고, 당시 대출 담당자도 선불금의 용도로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S신협은 대출금이 K씨의 윤락행위를 권유ㆍ유인ㆍ알선하기 위한 선불금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위번이 없다"고 덧붙였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규정하고 있고, 구 윤락행위 등 방지법 제20조는 윤락행위를 하도록 유인ㆍ강요하는 등 일련의 행위를 하는 사람이 윤락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은 그 계약에 관계없이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K씨는 2002년 10월 지방의 A윤락업소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함께 일하던 김씨 등 2명과 업주 부부 등 총 4명을 연대보증인으로 S조합으로부터 3천만원의 대출금을 받은 뒤 이 대출금으로 이전에 다니던 업소의 빚을 갚고 A업소에서 윤락행위를 시작했다.

S신협은 "K씨와 연대보증인 4명이 연대해 3천만원을 상환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1심은 업주 부부에 대해서만 3천만원의 상환 책임을 인정하고 K씨와 김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고, 업주 부부는 항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