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바람피운 여성에게 협박한 아내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 :  2005-05-30]  

"가정파탄 막기위한 `훈계'에 해당"

남편과 바람을 피운 여성에게 전화로 "불륜사실을 주변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아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아내의 이런 행동은 남편의 외도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던 중 가정을 지키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만큼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김선혜 부장판사)는 28일 남편의 외도상대였던 여성에게 전화로 협박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된 A(42.여)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혼 경험이 있는 B씨와 결혼한 A씨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던 때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던 2002년 초.

B씨가 매일같이 회식 등을 이유로 밤늦게 귀가하는 데다 휴대전화에는 부하 여직원 C(26.여)씨의 문자메시지가 남겨져 있던 것을 발견한 것이다.

같은 해 말 둘째 아이를 출산하자 노골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등 B씨의 태도가 더욱 바뀌었다고 느끼던 A씨는 재작년 5월 B씨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결국 `외도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간병인을 쓸 테니 병원에 오지 말라"는 남편의 말을 믿고 치료기간에는 병원을 찾지 않던 A씨는 B씨가 퇴원하던 날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측으로부터 "한 여자가 자주 당신 남편을 보러 왔다"는 말을 듣게 됐다.

A씨는 이 여자가 C씨임을 알게 되자 전화를 걸어 남편과 관계를 정리하라고 타일렀지만 C씨는 교제사실을 부인했고 사과는 커녕 오히려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새 거처를 알아봐 주는 등 B씨의 `가출'을 도왔다.

가출한 남편으로부터 재작년 7월 이혼소송까지 당한 A씨는 두 달여 뒤 집으로 C씨의 전화가 걸려 오자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너 제대로 다닐 수 있는지 보자, 생매장되는지 어떻게 되는지..주변에 얘기를 하겠다"라고 협박했다.

이듬해 A씨는 `남편의 외도'를 인정한 가정법원으로부터 남편의 이혼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C씨를 협박한 사실 때문에 기소됐고 1심 법원은 A씨의 유죄를 인정,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 유예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C씨에게 공포심을 느낄 만한 협박을 한 점은 인정되지만 남편으로부터 이혼소송까지 당하는 등 정신적으로 궁박한 상태에서 C씨에게 매우 안 좋은 감정을 가질만 했던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교제를 그만두라고 타일렀던 C씨는 반성의 기미 없이 비아냥거리는 태도였고 직접 전화까지 걸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협박한 것은 가정파탄 행위를 막고 나이 어린 C씨를 훈계하기 위한 행위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