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백지 동의서는 무효”

[대법원: 2010.01.29]

 

주택재개발조합 설립을 위해 주민들로부터 관행적으로 받는 이른바 ‘백지 동의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부산 우동 6구역 재개발정비조합원 이모(64·여)씨 등 75명이 해운대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동의서에 건축물 설계 개요, 철거·신축 비용 개요 등 법정사항의 기재가 누락되어 있음에도 이를 유효한 것으로 처리해 재개발조합에 대한 설립 인가를 내준 처분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서 무효”라며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동의서의 외관상 하자를 쉽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효한 것으로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전국 상당수의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 등을 감안해 관행적으로 조합원 이름과 도장만 찍힌 백지 동의서를 받은 뒤 사후에 산정된 신축비용 등을 기재해 자치단체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백지 동의서를 받은 재개발 구역에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조합 설립이 무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동 6구역 재개발조합은 2007년 건축물 설계,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금액 부분을 비워놓은 백지 동의서를 주민들로부터 받아 구청에 제출한 뒤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조합 운영에 대한 집행부 내부의 갈등과 시공업체 선정과정 및 감정평가액 산정 등을 둘러싼 불만 등으로 내부적으로 분쟁을 겪다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은 왕십리 뉴타운 1구역에 대한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을 내리는 등 곳곳에서 ‘백지 동의서’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