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파탄 책임자 이혼청구 인정 판결 잇따라

[대법: 2010년 1월 7일]

 

"장기별거 상황선 유책주의 예외 인정해야"

 

혼인생활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라도 시비를 가르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장기간 별거를 해왔다면 이혼청구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유책주의'를 고수해온 기존 판례보다 예외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원만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가출해 11년간 별거생활을 해온 이모(여ㆍ43)씨가 남편인 김모(47)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별거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원고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부분 약화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ㆍ사회적 의의는 현저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나고 혼인생활을 강제하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점을 고려할 때 원고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중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혼인생활을 유지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에만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였다.

 

이씨는 1990년 김씨와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뒀지만, 김씨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불화를 겪다 1997년 가출해 11년 동안 따로 살아왔다.

그러다 2007년 다른 남자를 만나 동거하면서 장애가 있는 딸을 낳자 딸의 치료와 양육 등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손왕석 부장판사)도 남편 김모 씨가 부인 조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 소송에서 부부관계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두 사람이 이혼하고 재산을 분할하도록 최근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 부부의 태도에 비춰볼 때 혼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가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고 관계 회복을 위한 에너지가 고갈돼 개선을 기대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혼인 관계가 파탄 나 별거 기간이 상당히 길어지고 관계 회복 의지가 부부 모두에게서 고갈돼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면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도 허용하는 것이 두 사람을 위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노래방 도우미 이모씨와 부정한 관계를 시작하면서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가출을 반복하는 등 결혼 파탄의 책임이 김씨에게 있는 만큼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2년부터 이씨와 부정한 관계를 시작하며 가출을 하는 등 5년 이상 별거하다 조씨에게 이혼 및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