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식으로 알고 키운 남편에게 위자료 지급하라"
[서울동부지법:  2005·02·01]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의 임신 등 혼인과 결혼생활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에 대해서는 배우자에게 혼인 전에 미리 알려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1994년 1월 연애결혼한 A(39)씨와 B(38·여)씨는 그해 8월과 이듬해 9월 태어난 딸(11), 아들(10)을 키우며 단란한 가정생활을 꿈 꿨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부터 아내 B씨의 늦은 귀가와 외박이 잦아졌고 두 사람의 불화도 깊어갔다. 결국 A씨 부부는 결혼 8년 만인 2002년 12월 갈라섰다. 이후 혼자 두 자녀를 양육해 오던 A씨는 1년 반쯤 뒤 B씨를 다시 만나 “새롭게 잘 살아보자”며 지난해 7월 재결합했다. 그러나 의지와 달리 재결합은 일주일을 못 넘겼다. 그 충격으로 실의에 빠져 몇날 며칠을 술로 지새던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과 아들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해보았다. 그러나 친자확인 검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첫 애가 자신의 친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아내에 대한 배신감이 밀려왔지만 ‘자식들이 가엾다’는 생각에 A씨는 B씨를 찾아갔다. “용서할테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잘 해보자”며 B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B씨는 단호히 거부하고 딸도 데려갔다.

참다 못한 A씨는 지난해 9월 B씨를 상대로 정신적 충격에 따른 위자료와 딸 양육비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 동부지법 민사5단독 신숙희 판사는 1일 “피고는 (딸을) 원고의 친자식으로 속이고 이혼 뒤에도 원고가 키우게 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가한 만큼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