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判 “이혼뒤 불륜사실 드러나도 간통죄”
[대판: 2007. 04. 23]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이혼한 뒤 알았더라도 간통죄로 고소해 형사처벌할 수 있을까.

A씨는 부인과 잦은 부부싸움을 하다 2005년 6월 협의 이혼을 했다. 그러나 어린 자녀들의 장래를 걱정해 이들은 이혼 후에도 한 집에 계속 살았다. 그 해 8월 이혼한 부인의 휴대전화로 이상한 문자메시지가 들어온 것을 본 A씨는 내연남인 B씨를 찾아가 추궁하는 과정에서 이혼 전부터 간통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전 부인과 B씨를 고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간통죄가 성립한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간통 사실을 부인하며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A씨의 부인은 간통죄에 무고죄가 더해져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으나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 판결은 그동안 법조계에서 학설이 갈려온 ‘이미 이혼한 배우자를 이혼 전의 불륜으로 고소할 수 있는지’의 논란을 대법원이 판례로 정리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이혼했으므로 고소의 실익이 없다는 부정설과 간통문제로 이혼했을 때에 한해 고소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한정(限定)설, 간통죄는 이혼이나 이혼소송 제기 등 혼인관계가 끝나야만 고소할 수 있으므로 이혼 후에도 고소가 가능하다는 긍정설로 나뉘었으나, 대법원은 긍정설을 택했다.

다른 간통죄 사건을 담당한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간통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모씨가 “고소인인 남편과 부인(내연녀)이 ‘이혼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받고도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간통죄 고소가 취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낸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소인인 남편이 간통죄를 저지른 부인과 호적을 정리하지 않고 계속 동거한다고 해서 간통을 묵시적으로 용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조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간통을 용서하는 것은 배우자가 간통 사실을 확실하게 알면서도 혼인 관계를 지속하려는 진실한 의사를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했을 때 인정된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배우자가 주위의 시선과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동거를 한 것 만으로는 간통에 대한 악감정을 버리고 고소를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