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북한주민 유산상속권 첫 인정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 2011.07.12]

 

이복형제 상대 소송서 조정 성립…北주민 윤씨 수십억 물려받아

배금자 변호사 "月 700달러 송금 가능…유사 소송 많지 않을듯

 

현 북한 거주민의 유산 상속권 유무를 놓고 분쟁을 벌여 주목을 끌었던 소송이 남한 상속자가 북한 혈연에게 일부 유산을 나눠주는 것으로 결론났다. 지금까지 한반도 전체를 우리 영토로 보는 헌법에 따라 북한 주민이 남한 법원에 소송을 낸 적은 있었지만, 남한 법원이 현 북한 거주민의 유산 상속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12일 북한 주민 윤 모씨 등 4명이 남한의 이복 형제ㆍ자매와 권 모씨 등 5명을 상대로 "100억원대 유산을 나눠달라"고 낸 소유권 이전등기 등 소송에서 조정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정기일인 이날 "다툼이 있는 부동산 가운데 일부를 윤씨 등의 소유로 하고 추가로 일부 금액을 권씨 등이 윤씨 등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재산 분쟁을 모두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조정을 통해 윤씨 등이 상속받는 재산은 부동산 등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접 남한에 내려올 수 없는 윤씨 등을 대신해 부모가 동일한 큰누나가 재산을 관리하고 이자소득을 정기적으로 북한에 송금하는 방식을 통해 유산을 상속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윤씨가 낸 친생자관계 존재확인 청구 등 신분관계 소송은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복잡한 절차상 문제 등 때문에 북한 주민이 청구하는 유사한 재판이 잇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씨를 대리한 배금자 변호사는 "남한 법원이 처음으로 북한 주민들의 상속권과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한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비슷한 소송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북한 주민이 유산을 남긴 부모가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된 지 2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각종 서류와 친자 확인을 위한 증거를 남한 변호사들에게 전하는 등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배 변호사는 "외국환거래법상 매달 미화 700달러까지는 별다른 절차 없이 북한에 송금할 수 있어 윤씨의 큰누나가 송금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병원을 운영한 윤씨의 부친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 다른 가족과 아내를 남긴 채 큰딸만 데리고 월남했다. 이후 남한에서 재혼한 부친은 4명의 자녀를 두고 살다가 1987년 세상을 떠났다. 부친 사후 큰딸은 북한을 왕래하는 미국인 선교사를 통해 북에 남겨진 가족을 찾았고 윤씨 등은 선교사에게 소송위임장과 영상자료, 모발 샘플 등을 전달했다.

 

당시 윤씨 등은 반동분자로 몰려 북한에서 힘들게 생활했고 친모는 몇 해 전 아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큰딸은 적극적으로 소송을 추진했다.

 

결국 윤씨 등은 2009년 2월 "전쟁 중 월남한 선친의 친자식임을 인정해달라"는 친생자관계 존재확인 청구소송과 유산을 나눠달라는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각각 남한 서울가정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한편 법무부는 남북 주민 간에 재산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북한 주민이 남한 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권리는 인정하되 받은 재산의 반출은 제한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입안해 다음주 차관회의에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